고기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자주 ‘맛’, ‘식감’, ‘조리법’에 집중한다.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하나의 전제가 있다. 고기란, 생명이었던 것을 죽여 얻은 결과물이라는 사실이다.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생명을 소비하는 행위이며, 따라서 ‘도살’은 고기 문화의 시작점이다. 이 글에서는 우리가 고기를 소비하는 방식에 내재된 철학적, 문화적 의미를 탐구하고자 한다.⚖️ 1. 죽음을 외면하지 않던 시대고대에는 사냥이 곧 도살이었다. 인류는 직접 짐승을 쫓고, 죽이고, 손질했다. 이 과정은 단순한 식량 확보가 아닌 의례적 통과의례에 가까웠다. 생명을 앗는 행위는 신에게 허락을 구해야 할 만큼 신성했고, 공동체는 도살 행위를 통해 자연과의 연결성을 자각했다.예를 들어, 북유럽의 바이킹이나 몽골의 유목민은 동물..